2022년 제12호 태풍 무이파, 제13호 태풍 므르복, 제14호 태풍 난마돌에 이어, 제15호 태풍 '탈라스(TALAS)' 이름의 뜻과 여기에 관련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흥미로운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나무위키 등에서 이 블로그 글을 출처 표시 없이 퍼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퍼가는 것은 자유이지만, 반드시 URL을 포함하여 출처를 명시해주세요!
'탈라스'은 2000년 필리핀에서 태풍위원회에 제출한 이름입니다. 필리핀 고유 언어인 '타갈로그(따갈로그)어'로 '날카로운', '정확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입니다. 아래와 같이 타갈로그어 사전을 보시면 'talas' 라는 단어의 뜻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눈치 빠른 분들은 뭔가 이상한 걸 느끼셨을 텐데요.
타갈로그어 사전인데
타갈로그어로 적힌 단어를 영어로 설명한 게 아니라
영어로 적힌 단어를 영어로 풀이한다구?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어이므로 타갈로그어 사전에서 뜻 풀이 자체를 영어로 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왜 타갈로그어 단어를 영어로 적어놓았을까요?
그것은 필리핀이 스페인의 통치를 받던 1900년경, 타갈로그어 표기 자체를 로마자(알파벳)로 하게끔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원래 필리핀 타갈로그어를 '바이바이인(Baybayin)'이라는 문자로 표기했습니다. 우리 나라로 말하자면 '한국어'를 문자로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이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스페인은 통치 정책의 일환으로서, '바이바이인' 문자 사용을 금지하고 모든 타갈로그어는 로마자로 표기하게 만들었죠.
만약 우리나라에 한글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모든 한글을 알파벳으로 표기하게 했다면 이런 식이 됐겠죠?
GI-CHA
① Yeogaekchana hwachareul kkeulgo danineun cheoldo charyang
② Gigwanchae yeogaekchana hwamulchareul yeongyeolhayeo gwedo wireul unhaenghaneun charyang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됐다면 아래짤은 유머짤이 아니라, 그냥 현실 세계 그대로가 되는 거죠. ^ㅅ^
"후진적인 문자 대신 로마자를 써서 더 나아진 것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필리핀 고유문자인 '바이바이인'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 체계를 갖춘 표음문자로서 로마 알파벳처럼 다양한 소리를 자유롭게 표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 알파벳으로 문자 표기 체계를 획일화 시켜버린 것은 문화적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로마 알파벳을 사용한지 100년이 넘었음에도 필리핀의 일부 뜻있는 사람들은 '바이바이인' 문자를 잊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폰트를 만들어 보급한다든지, 상점 간판에 '바이바이인' 문자를 함께 표기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초등학교에는 교양과목 수준이긴 하지만 '바이바이인' 문자를 배우는 교육과정이 아직 남아 있어서, 필리핀의 우수한 문화 유산인 '바이바이인' 문자를 후대에도 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태풍 이름 검색하시다가 이 블로그로 들어오셨을 여러분~!
필리핀 타갈로그어를 표기하는 필리핀 고유 문자인 '바이바이인' 문자가 한글처럼 '자음', '모음' 체계를 가진 우수한 문자라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태풍 탈라스(TALAS)는 '바이바이인' 원문으로는 어떻게 표기하는지 딱 3분만 더 보고 가실게요. ^ㅅ^
* 위 이미지의 출처 : 핀터레스트 Weebly
필리핀의 '바이바이인' 문자는 대표자음 15개와 독립모음 3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자음을 보시면, ㅈ, ㅊ 가 빠진 것을 제외하면 한글 자음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음은 '아', '에/이', '오/우' 3개입니다. 타갈로그어는 'ㅔ'와 'ㅣ' 발음이 비슷해서 크게 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ㅗ'와 'ㅜ'도 마찬가지구요. 한글과 달리 모음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게 '바이바이인'의 유일한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여 사용하는 것은 한글과 동일한데요. 특이한 것은 모음 없이, 자음에 기호를 붙여서 모음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기호를 '쿠들릿'이라고 합니다. 대표자음 위에 쿠들릿 점이 찍혀 있으면 '에/이' 모음처럼 읽으면 됩니다. 대표자음 아래에 쿠들릿 점이 찍혀 있으면 '오/우' 모음처럼 읽으면 되구요. 대표자음 아래에 X 표 쿠들릿이 찍혀 있으면 모음 없이 자음으로만 사용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면 태풍 '탈라스'를 바이바이인으로 한 번 표기해 볼까요?
'ta'는 대표자음 그대로 쓰면 되구요. '타라스(TARAS)'가 아니라 '탈라스(TALAS)'이므로 'la' 대표자음을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sa'가 아니라 's'만 써야 하기 때문에 'sa'에 해당하는 대표자음 아래에 X 표 쿠들릿을 찍은 것, 보이시나요? 태풍 탈라스를 로마 알파벳이 아닌 타갈로그어 '바이바이인' 문자로 설명한 非필리핀권 인터넷 문서는 제가 아마 처음일 겁니다. ^ㅅ^
우리 나라 사람들이 '한글'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듯이 필리핀 사람들도 자신들의 고유문자 '바이바이인'을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고 해요. 중국의 상형문자에 비하면 '한글'이나 '바이바이인'은 정말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문자체계임이 틀림없습니다. 바이바이인과 달리 우리 한글은 현재에도 한국어 표기 문자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태풍 '탈라스'와 관련하여 필리핀 타갈로그어 고유 문자인 '바이바이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태풍 이름들도 무슨 뜻인지 궁금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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