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건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0.7%P라는 표차였기에 이재명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더욱 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재명에게 투표한 저부터가 그렇습니다.
퀴블러-로스의 '비탄의 5단계(Five stages of grief)' 이론에 따르면, 이런 극도의 슬픔과 상실감을 겪는 이들이 보여주는 첫번째 모습은 '부정'과 '분노'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 하나하나를 조롱하고 저주를 퍼붓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임기 동안에는 출산을 보이콧 하겠다는 극단적인 움직임까지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를 포함하여 모든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도 윤석열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 개인만의 생각이 아니라 바로 이재명 후보가 선대위 해단식에서 했던 말입니다.
(윤석열 당선인의)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그리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멋있게 보이려 한 말이 아닙니다. 그의 합리적, 실용주의적 가치관에서 내려진 지극히 당연한 결론입니다. 방휼지쟁(蚌鷸之爭) 혹은 어부지리(漁夫之利)라는 사자성어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도 죽겠지만 너도 죽을테니 이대로 가겠다" 라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은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5년전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서 문재인 경선 후보에게 패한 적이 있습니다. 일부 지지자들은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말고 무소속으로라도 대선에 출마하라고 주장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그러면 결국 다 망하는 거다" 라며 일고의 여지도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것은 그가 '좋은 일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좋은 일꾼이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이 아니라도 대한민국이 더 좋아진다면 일꾼이 누구가 되었든 그가 바로 좋은 일꾼인 것입니다.
이성적으로는 이재명 후보의 말이 옳지만 감정적으로 그것을 따르기 쉽지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윤석열 후보를 조롱하고 저주하는 것은 이재명과 우리가 바라왔던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절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은 이렇게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하면 자기한테 기회가 오니까
그래서 잘하기를 바라기 보다는
상대방의 발목을 잡아서 실패를 유도하는
...이런 구조를 깨뜨려야 합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은 결국 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옵니다. 그 비판은 심지어 그 누구에게도 유익이 되지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표현대로 "다 같이 망하는 것" 뿐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대한민국을 위해 분명히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5년 후 이재명 후보가 더 많이 준비해서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고 윤석열 후보보다 더욱 더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 그것이 윤석열과 이재명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가장 좋은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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