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3호 태풍 구촐 - 음식, 염료, 종교적 의미

2022년 제25호 태풍 파카르, 2023년 제1호 태풍 상우, 제2호 태풍 마와르에 이어, 제3호 태풍 '구촐(GUCHOL)' 이름의 뜻과 여기에 관련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 주 의 ※

나무위키 등에서 이 블로그 글을 출처 표시 없이 퍼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퍼가는 것은 허용하지만,

반드시 URL을 포함하여 출처를 명시해주세요!

---

 

1. '구촐' 태풍 이름의 역사

구촐은 2000년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 태풍위원회에 제출한 이름입니다. 2005년 제12호 태풍, 2012년 제4호 태풍, 2017년 제17호 태풍 이름으로 사용된 적 있습니다. 참고로 미크로네시아 연방은 태평양 서쪽의 수천 개 섬을 영토로 하는 제도 국가 연합체로서, 우리에게 관광지로 잘 알려진 미국령 '괌(GUAM)'도 여기에 포함이 됩니다.

 

 

2. '구촐'의 뜻

구촐(GUCHOL)은 미크로네시아 야프어(語)로 '강황(薑黃, turmeric)'을 뜻합니다. '야프어'는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야프 섬(island)'에서 사용되는 언어인데요. 2021년 제22호 태풍 이름으로 사용된 '라이' 역시 미크로네시아 야프 섬에서 과거에 사용되었던 '돌 화폐' 이름이었죠.

 

강황은 생강과의 여러해살이 풀로서 다들 아시는 것처럼 그 뿌리는 남아시아와 중동 요리에서 향신료로 널리 사용됩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카레'의 주원료도 물론 강황입니다. 강황은 자극적이고 쓴 맛으로 유명하지만, 특유의 황금빛 노란 색깔 때문에 음식에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식물성 천연색소로도 즐겨 사용되는데요. 

 

강황 꽃(왼쪽)과 뿌리(오른쪽)

음료수나 요구르트, 노란색 케익, 팝콘, 오렌지쥬스의 노란색을 강조하기 위해 많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동남아나 아프리카에서는 흰 쌀밥을 노란색으로 물들이는 색소의 정체도 바로 '강황'이죠.

 

 

3. 음식 보다 염료 때문에 퍼진 '구촐(강황)'

강황의 원산지는 인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강황은 인도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과 중동까지 급속히 확산되었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강황을 이용한 요리가 맛이 있어서 확산된 것이 아니라, 염료로서의 강황의 유용성 때문이었다는 사실이죠.

 

강황의 황금빛 노란색은 커큐민이라는 성분인데요. 요리를 할 때 식용 색소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커큐민은 분자결합이 매우 안정되어 있어 자외선에 강하고 빛이 잘 바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직물용 천연 염료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불교나 힌두교 승려들의 승복을 염색할 때 강황을 주로 사용했고, 이 때문에 불교와 힌두교가 전파된 국가에는 강황도 함께 전파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4. 종교적 예식 수단으로 사용된 '구촐(강황)'

강황은 불교나 힌두교 승려들의 의복 염색 수단으로 사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종교에서 저마다의 예식에 두루 사용되었습니다. 고대 문명부터 황금이 제사 도구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 것처럼, 강황은 특유의 황금빛 때문에 그와 같은 용도로 선호되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부족국가 시절 미크로네시아에서는 종교 예식을 거행할 때 강황 가루를 물이나 꿀에 개어서 반죽을 만든 후 참석자들의 얼굴이나 몸에 바르거나 헤나(타투)처럼 문양을 그리곤 했다고 합니다. 이 강황 반죽은 부정한 기운을 막아주는 종교적인 의미 외에도 피부를 밝고 깨끗하게 유지하는 기능성도 있었습니다. 미얀마에서 타나카 나무를 갈아 얼굴에 진흙처럼 바라는 것도 비슷한 풍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촐(강황)'은 미크로네시아에 있어서 역사적 전통성과 현대적 실용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식물입니다. 때문에 태풍 이름 '라이'처럼 미크로네시아만의 특색과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이름으로 인정을 받아 태풍 이름으로 선정된 것이죠.

 

 

지금까지 태풍 '구촐(GUCHOL)'라는 이름에 담긴 뜻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

다른 태풍 이름들도 무슨 뜻인지 궁금하신가요?

 

 

태풍의 이름과 뜻, 총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