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머리가 좋아야 잘 할 수가 있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먼저 한 거짓말과 나중에 한 거짓말이 맞지가 않아서 금세 탄로가 나게 됩니다. 주로 어린아이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아이들은 소아적이고 근시안적이기 때문에 거짓말을 해도 어른 눈에는 쉽게 티가 납니다. 앞뒤가 전혀 안 맞거든요.
어른들이라 하더라도 머리가 나쁘면 거짓말이 곧 탄로나게 되어 있습니다. 법정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 있죠. '진술의 일관성'. 거짓말을 해도 머리가 좋아야 다음 이야기를 할 때 일관된 거짓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앞에 했던 거짓말과 조금 또는 전혀 다른 거짓말이 나오기 때문에 진술의 일관성을 깨뜨리게 되죠. 거짓말이 탄로가 나는 겁니다.
이번 8월 8일 폭우&침수 사태와 이에 대응하는 윤석열 대통령실을 보면서 대통령실이 정말 머리가 나쁘구나, 어쩜 저렇게 멍청할까 하는 걸 깊이 느꼈는데요.
1. 거짓말을 불러온 시작점 - "퇴근"
집중호우가 내리고 있고 침수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퇴근"하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가족(이래봤자 한 명이지만)과 중요한 개인적 이벤트가 있었는지, 지인들과 집 근처에서 약속이 있었는지, 아니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위험 따위는 자신의 퇴근이 갖는 중대한 가치와는 비교할 수 없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는 퇴근하기로 결단했고, 여기에 명분을 세우기 위하여 거짓말이 시작됩니다.
2. 첫번째 거짓말 - "침수가 되어서 집을 나올 수 없었다."
퇴근을 해서 거의 집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회사 상사가 전화를 걸어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 회사로 다시 나오라는 내용이었다고 치겠습니다. 바로 그날이 8월 8일이었다면 여러분이 둘러 댈 수 있는 가장 좋은 거짓말이 뭘까요? 윤석열 대통령실이 바로 이 거짓말을 합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08776?sid=100
당초 윤 대통령은 전날 광화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수해 현장에 가기 위해 경호팀에 동선 확인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자택 주변 도로가 막혀 갈 수 없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이는 한밤중 주민의 불편을 일으킬 수 있어 단념했다고 한다.
퇴근을 했지만 수해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대본으로 가려고 했었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면 어떤 정권의 대통령이라도 중대본으로 가야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도로가 막혀서 어쩔 수 없이 못 갔다는 해명이죠. 심지어 헬기를 동원해서라도 중대본에 갈 마음이 있었는데 주민 피해 때문에 부득이 하게 못 갔다고 강조합니다.
3. 청와대(대통령실) 이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버린 셈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의 문제점은 굳이 지적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전은 하더라도 공관이 준비될 때까지는 청와대에 거주할 수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법사로부터 엄한 경고라도 받은 듯이) 격렬하게 청와대 입주를 거부했습니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 있기를 싫어했죠. 그 결과, 수개월동안 대통령 출퇴근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8월 8일 퇴근 사태로 입증된 것입니다.
단순히 직장(대통령실)과 집의 물리적 거리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 스크린샷에서 보듯이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재난 상활을 바라보는 시각은 회사의 정규직이 아니라 마치 알바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의 주인공 '오오마에 하루코'는 퇴근 시간이 되면 회사가 반쪽이 나더라도 하는 일을 멈추고 퇴근하고야 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은 80년만의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경기 수도권에 전방위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스스로도 그 모습을 육안으로 목격했다고 하면서도 퇴근을 강행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워라밸을 너무나 중시하는 MZ세대 같은 모습이니 칭찬해야 마땅한 걸까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런 자리였던 건가요? 소명이나 사명감 보다는 개인의 시간이 최우선시 되는 그런 자리였던 건가요?
4. 대통령이 있는 곳이 바로 상황실이라는 궤변
여기까지 비판을 받자 대통령실은 새로운 궤변을 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대통령이 있는 곳이 바로 상황실이므로 굳이 중대본으로 복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2/0002254531?sid=100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세실과 모리스가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세실이 물었습니다. “모리스, 자네는 기도하는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해?”
“글쎄, 잘 모르겠는걸. 랍비한테 물어보자구.”
랍비에게 나아간 세실이 물었습니다. “선생님, 기도하는 중에 담배를 피워도 괜찮을까요?”
랍비는 정색을 하면서 대답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기도 중에 담배를 피우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친구로부터 담배와 기도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랍비의 말을 전해 듣자 이번에는 모리스가 나섰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중에는 절대 기도를 하면 안되나요?”
랍비가 환한 미소를 띠며 말했습니다. “형제여, 기도를 올려야 할 때와 장소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얼마든지 기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이영직 지음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 57쪽)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는 말은 사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대통령은 어디에 있든지 국가 비상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당위를 표현한 것이지,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니까, 퇴근 이후에는 아무리 상황이 긴박해도 중대본에 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절대 아닌 것입니다.
'학생은 어디에 있든지 거기가 바로 독서실이야' 라는 말은 어디 있든지 늘 공부를 하는 학생이 하는 말이지, 맨날 놀면서 공부도 안 하는 학생이 PC방에 앉아서 할 소리는 아니란 말입니다.
어디든지 상황실이니 8월 8일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집에 있어도 무방하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으로 출근은 왜 하나요? 1년 365일, 5년 동안 쭉 아크로비스타에서 재택 통치, 재택 국정운영 하면 될텐데요. 이런 말도 안되는 해명을 늘어놓음으로써,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을 더욱 무책임하고 어처구니 없는 대통령으로 비쳐지게 만들었습니다.
5. 의전 때문에 현장에 방해가 될까봐 집에 있었다는 거짓말
대통령실은 '경호와 의전을 받으며 현장에 나가면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에 자택에 머물러 있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거짓말은 일석 사조의 복합적이고도 병신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2/nwdesk/article/6396638_35744.html
첫째, 대통령이 중대본을 지키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지,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상황에 현장으로 가라는 것이 아니죠.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현장에 가면 의전과 경호가 어쩌고 하면서 동문서답을 하고 있습니다.
둘째, 의전과 경호를 얼마나 대단하게 하길래 현장에 (가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가지 못할 지경이 되는 건가요? 평소에도 현장 방문 하면 현장 마비 시킬 정도로 공무원들을 닥달을 하고 주객이 전도되어 보고만 하고 현장 대응이 안되게끔 해왔나요?
셋째, 의전과 경호 때문에 현장에 못 가는 상황이었다면, 결국 "침수되어 집을 나올 수 없었다"는 이전 해명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넷째, 의전과 경호 때문에 현장에 못 간 거라고 해놓고 다음 날 신림동 반지하 참사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자신들의 해명조차 반박해버렸습니다. 의전과 경호 때문에 현장을 방해한다고 해놓고선 현장에 간 것은 결국 현장을 방해하러 간 건가요? 어제는 방해가 되어서 못 간 거고 오늘은 방해가 안되어서 간 건가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3363629?sid=100
6. 사망자가 나온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싸이코패스적 감성
숱한 논란 끝에 방문한 곳은 발달장애 가족 3명이 침수된 반지하 방 안에서 익사한 비극적 현장이었습니다. 국가의 손길이 닿지 못한 곳에서 국민이 숨진 것에 대해 비통해 하고 조의를 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으나....
대통령실은 비극적 현장이 찍힌 사진을 정부 홍보 뉴스카드로 제작하는 참담한 짓을 저지르고 맙니다. 정말 국민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비통해 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입니다. 대통령실에 윤석열 안티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참사 현장조차도 정부 홍보용 이미지의 '적절한 배경'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이 너무나 끔찍합니다. 이게 대통령실과 그 주변의 기본적인 인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후로 이어진 주변의 발언들도 그와 같은 인식을 뒷받침 해줍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자는 "대통령이 비 온다고 퇴근을 안 합니까?" 라고 발언을 하기도 하고, 친윤석열 인사로 유명한 신평 변호사는 "대통령이 누추한 곳(신림동 참사 사건 현장)에 가서 관계자 위로도 하고 잘 하셨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네. 그렇죠. 신림동 참사 사건 현장은 국민이 안타깝게 숨진 비극적 장소가 아니라, 그저 대통령이 방문하기엔 누추한 곳이자 정부 홍보용 사진으로 적절한 배경일 뿐인 것입니다.
결론
윤석열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부족함이나 실수를 보완하거나 지혜롭게 해명하는 곳이 아니라 논란을 더 키우고 윤석열 대통령의 어리석음과 무책임함, 싸이코패스적인 성향을 부각하고 강화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의도한 것인가요?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이 바보들을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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