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의 저작권은 경상북도 교육청에 있습니다.
인권의 날이란?
오늘 12월 10일은 '인권의 날(Human Rights Day)'입니다. 인권의 날은 1948년 12월 10일에 열린 유엔 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서, 1950년 12월 4일에 열린 제5차 유엔 총회에서 매년 12월 10일을 세계 인권 선언일 즉, '인권의 날'로 기념하는 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1948년 12월은 유럽과 아시아, 환태평양에 걸쳐 약 8,0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2차 세계 대전이 막 종전한 시기였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은 생존과 행복이라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권리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위원회가 조직되었으며,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규정하는 '세계 인권 선언'을 제정하게 된 것입니다. '세계 인권 선언'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인권 조약들이 탄생했고 선언의 내용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 헌법과 법률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제 관습법의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인권 선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는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22년 인권의 날 에피소드
우리나라는 2001년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 '국가인원위원회'를 설립함으로써, 인간의 기본권 보호에 대한 국제 사회의 보조와 관심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으며 2021년까지 유엔 9개 인권조약 중 7개의 조약에 가입·비준하는 족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매년 1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인권의 날 기념행사를 갖고 세계 인권 선언 낭독 및 인권 관련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말과 겹쳐 하루 일찍 12월 9일 개최된 2022년 인권의 날 기념행사와 관련한 두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이 두 에피소드는 2022년 대한민국의 인권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에피소드#1 - 가해자 눈치를 보다가 피해자 수상을 취소한 정부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인권상·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자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내정했습니다. 양금덕 할머니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대표하여 1992년부터 일본정부를 대상으로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30여년동안 인권 보호 활동을 해온 분입니다.
그러나 수상식 일정까지 통지한 상태에서 불과 하루 전날 수상을 취소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유는 외교부의 반대로 대통령 최종 재가를 위한 국무회의에 안건 상정을 못한 것입니다. 외교부 대변인은 '양금덕 할머니의 수상·서훈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며,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유관 부처와 협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유관부처가 외교부고요.
이게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자신들이 유관 부처라서 협의를 해야 한다고 태클을 걸고, 인권위원회가 협의를 했더니 결국 반대 취지로 의견을 준 거잖아요. 무엇보다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건 대통령의 심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만, 명확한 보도가 없으니 넘어가도록 합시다. 왜 인권 공로자에 대한 수상에 대해 외교부가 '유관 부서'가 되어야 하고, 왜 외교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상·서훈을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일까요?
여러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 일제 피해와 관련한 모든 사안에서 일본의 책임을 경감하거나 면책하려는 범정부적 노력이 지속되어왔고, 심지어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의 주권을 걱정해주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일본에 대한 피해배상 소송을 진행해왔던 당사자를 표창하게 된다면 일본으로부터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훈장 서훈조차 일본 눈치를 보냐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가해자 눈치 보느라 피해자에게 줄 상조차 떳떳이 주지 못하고 이를 취소해 버린다면, 이것이 인권의 날 취지와 맞는 행사라 할 수 있을까요?
에피소드#2 -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이 주는 인권상을 거부한 연사
최근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하여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6월 파업 당시 상호 합의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일몰 시한이 다가오자 파업을 강행한 노동자들을 싸잡아 테러집단, 범죄 집단으로 폄훼한 것입니다. 화물연대 일부 노조원들의 일탈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전체 노동자 쟁의 자체를 매도하는 이와 같은 발언은 노동자 인권과 생존권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20시간 노동" 발언,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발언 등 윤 대통령의 노동관은 후보 시절부터 유명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권의 날 행사에서의 표창과 서훈은 모두 대통령 이름으로 나가게 됩니다. 지난 여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도크 안에 1㎥ ‘철제 감옥’에 들어가 열악한 하청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유최안 부지회장(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은 이 날 행사에서 세계 인권 선언 제23조를 낭독하는 연사로 초청되었는데, 그는 이런 아이러니를 지적하며 낭독을 거부하고 행사장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국가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 귀빈으로 초대받아 식순의 한 부분을 진행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예일수도 있는데,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로선 견디기 힘든 치욕이자 사회적 불의였던 모양입니다. 그는 인권 선언을 낭독하는 대신에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그가 한 표현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것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권을 유린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에 인권이 어디에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최안 부지회장 입장문 전문을 아래에 옮겨 보았습니다.
2022년 인권의 날 기념식, 세계 인권 선언 낭독자, 유최안 부지회장 입장문
참가자 여러분. 올해 7월 조선소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파업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입니다.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인권 선언 행사가 제 취지와 맞지 않아 할 말만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그리고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권을 유린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에 인권이 어디에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 권리를 넘어서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웃기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그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오늘이 인권 조항 낭독하지 못하겠습니다. 먼저 퇴장하겠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 인권의 현실
2022년 인권의 날을 전후하여 벌어진 양금덕 할머니 에피소드와 유최안 부지회장 에피소드는, 유 부지회장의 말을 빌어, 2022년 대한민국의 인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하는 글 > 윤석열 정부의 거짓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2의 중동붐이 도대체 몇 번째인가?!? (0) | 2023.01.21 |
---|---|
윤석열 대 윤석열 (0) | 2023.01.10 |
대통령 영부인의 주가조작혐의 공소시효 만료 (0) | 2022.12.08 |
제네시스 버리고 벤츠를 선택한 윤석열 대통령 (0) | 2022.11.23 |
거짓말#6. 청와대 이전 비용 500억! 국민 세금 함부로 안 쓰겠다. (0) | 2022.10.15 |
댓글